여행 노하우

아산 막걸리 여행 ⑦ 농업회사법인 이가수불 이상헌 탁주

[아산 막걸리 여행] ⑦ 농업회사법인 이가수불 이상헌 탁주

"우리 음(술과 초)의 자존심으로 가양주를 빚는다"

아산 막걸리 여행을 떠나기 전, 취재하러 가도 되겠냐고 묻는 내 질문에

전화 속의 이상헌 이가수불 대표의 목소리는 침착하고 냉정했다.

"우리는 별로 볼 것도 없고… 온아탁주 취재하면 되죠.

나도 가니까 거기서 봐요."

이분은 취재가 썩 달갑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농업회사법인' 이라는 명칭도 그렇고, '이가수불' 이라는 이름으로도

좀처럼 검색이 되지 않는 이가수불과 이상헌 대표가 궁금했다.

한겨레 신문기사에서 종가집에서 제주(제삿술)를 20년 넘게 빚으면서,

전국의 전통주 장인들께 우리 술을 두루 배운 분이라는 설명 정도만 찾을 수 있었기에,

일단 온아탁주에서 뵈면 말씀을 들을 어떤 방법이 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기회는 엉뚱한 곳에서 찾아왔다.

나를 서포트해주던 남편을 마음에 들어하신 온아탁주 대표님의 호구조사가 시작되면서,

이상헌 대표와 남편이 중학교 동문 선후배 지간임을 알아낸 것이다.

거기서 취재는 끝났다고 봐야했다.

이상헌 대표님은 우리를 이끌고 자신의 집이자, 양조장인

도고면 기곡리에 위치한 농업회사법인 이가수불로 우리를 안내하셨다.

△ 아늑하게 꾸며진 농업회사법인 이가수불의 양조장이자,

이상헌 대표의 전통주 연구실이자 집.

갖가지 눈 돌아가는 멋지고 고풍스런 물건이 특히나 많았다.

△ 이상헌 대표의 집안 물건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200년 넘은 5말짜리 시루(의 바닥면),

큰시루(다섯말), 작은시루(두말), 확독과 확, 소주토고리이다.

△ 도대체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 정확한 용어는 무엇인지 가늠하기도 힘든 확독과 확!

(자세히 보고픈 분들, 클릭하면 사진이 커집니다!)

못배운 아이들처럼 입을 다물지 못하고,

우와~ 우와~ 를 연발하고 있자,

이상헌 대표는 우리를 손수 이끌고 구석의 방으로 데려가셨다.

"여기가 내 보물창고지. 나갈 때 인사하고, 들어올 때 인사하고,

잘 있나 늘 확인하고! 내 집사람한테는 인사 안해도, 여기에는 인사하지. 허허~"

△ 아랫목에 앉은 술독들은 딱 보아도 사랑을 듬뿍 받는 아이들로 보였다.

나무로 짠 병풍, 따뜻하고 포근한 솜옷, 24시간 클래식이 흘러나오는 라디오채널까지!

△ 발효중인 것으로 보이는 술독의 술

△ 바로 이상헌 탁주의 근원, 주모(酒母) 였다.

△ 지게미가 가라앉은 모습, 감탄을 자아내게 아름답다.

△ 꼼꼼하게 밑술과 덧술을 넣은 날짜까지 기재해 놓고

이상헌 대표가 원하는 술을 직접 디자인한다.

△ 첫술은 2013년 10월 3일에 나와서, 지금까지 탁주는 3단지를 깼고,

지금 남은 건 발효중인 이 네번째 단지 뿐!

△ 한참 개발중이신 막걸리 맥주도 시음할 수 있는

영광스런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 이상헌 대표의 작업실 >

쌀을 빻기가 힘들어 들인 기계 한대를 빼고는,

직접 고두밥을 만들고, 누룩을 빚고, 산도를 측정하고, 소독하고,

모든 작업을 집에서 직접 하신다고 하셨다.

<이상헌 대표의 누룩과 누룩틀>

원래 누룩은 굉장히 예민하고 귀한 것이라,

장소를 옮기지 않는데 우리를 위해 특별히 자리를 이동했다.

누룩들아, 무탈하게 잘 발효되렴.

이상헌 대표가 직접 빚은 누룩은

하나하나 한지에 정성스레 싸여서 누룩실에 보관된다.

전부 구경을 하고 나서야 얼른 인터뷰를 마치고 술 마시자며

간단한(?) 인터뷰를 하자고 하셨다. 하지만 간단했는지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긴다.ㅎㅎ

Q1. 종가댁에서 제주(제삿술)을 몇십년간 빚다가, 직접 가양주를 만드신 것으로 아는데,

그 전에 전국 전통주 장인들에게 두루 배웠다고 들었다. 어떤 부분에서 배움이 더 필요했나?


A1. 술을 시작하기로 마음 먹은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몇년간 지방을 다닐 일이 있었는데 사람들의 전통주에 대한 인식이 바닥인 것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어 나라도 음과 식에 대한 기본을 바로세우자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다.

전국의 명인들을 찾아다닌 건, 내가 과연 술을 업으로 삼아도 되는지,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Q2. 이가수불이라는 상호명이 독특한데, 뜻을 설명해 줄 수 있나?


A2. "이가수불"은 이가(李家)의 술이란 뜻으로, 수불은 술의 옛 언어이다.


Q3. 지난 10월에 나온 첫술부터 탁주는 세단지를 깼다고 하셨는데,

왜 지금 이 집에 팔 수 있는 술이 없는 것이냐?


A3. 수수보리 아카데미라는 우리술 교육기관에서 뜻맞는 몇 명이

우리술 협동조합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참여했다.

(현재 우리술 협동조합은 서울 충정로에서 <물뛴다>라는 전통주 주점을 열고,

조합원들의 가양주 및 전통주를 판매하고 있다.)

물뛴다에도 내 술이 들어가고, 알음알음 내 술을 사러온 분들이 있어

나눠드리니 이제 술이 없다.


Q4. 기존에 하시던 일이 있으셨을텐데 술을, 그것도 가양주를 시작하신 이유가 무엇인가?


A4. 종가집이라는 집안내력으로 음식에 있어 온갖 정성을 들이는 집안에서 자라났다.

당연히 음식엔 자연이 들어가고, 온갖 정성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자랐는데,

막상 세상이 그렇지가 않더라.

나에겐 상식인 것이 다른 이들에겐 그저 귀찮은 것, 어려운 것쯤으로 치부되고 있더라.

그래서 음식으로서의 술, 진정으로 전통이 살아있는 술을 만들고 싶어서 시작했다.


Q5. 영농법인도 아닌, 농업회사법인이라는 것이 생소한데 설명을 해 줄 수 있나?


A5. 서울 사람이기 때문에 영농법인은 만들 수가 없었고(웃음~),

술만 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초, 장, 젓갈, 김치 등

발효음식 전반을 다 다룰 생각이기 때문에 농업회사법인으로 시작했다.

음식의 어원을 아는가? "음"은 술과 초를 의미하고,

"식"은 물과 쌀과 밥을 제외한 씹어먹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모든 삶의 가장 기본이자 본질은

바로 음식, 술·초·장·젓갈·김치인 것이다.

그러면 식음이 아니라, 음식이라고 하는 이유를 아는가?

술이 빠지는 제사는 없다.

종가집에서 제주를 중시하는 이유다.

신과 인간과 자연을 교통하는 것이 바로 술이기 때문에,

술이 속한 "음"이 먼저 나오는 것이다.


Q6. 앞으로 어떤 가양주를 만들고 싶으신가?


A6. 가양주는 "봉제사 접빈객 (선조를 모시고, 손님을 잘 대한다)"으로 시작한다.

나는 술은 천지자연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나이다 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할도리를 다 하는 것 뿐이다.

지역별로 균이 다르고, 공기가 다르고, 물이 다르므로,

같은 술이라도 장소를 옮기게 되면 새로운 동네의 균이 다 들어와서 술이 된다.

새로운 동네의 균은 손님이다. 그들이 다르다고 배척하지 않고 잘 대해야,

그들이 조화롭게 내 술 안으로 들어와서 좋은 맛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인간세계의 일은 늘 미생물 세계에도 다 존재한다.

인간이 근본을 갖추고 겸손해야 술도 잘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천지신명을 거스르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Handmade 술, 최고의 Handmade 술을 만들고 싶다.


이상헌 대표가 특히 입에 자주 올렸던 단어는 자연, 천지신명, 상식, 자존심이었다.

인터뷰를 통해 이상헌 대표의 성품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 식전주를 우선 먼저 한 잔 마시고,

△ 오늘의 주인공, <이상헌 탁주>와 <이상헌 약주>를 만나볼 수 있었다.

△원재료명 및 함량에서 알 수 있듯이,

쌀과 밀누룩, 정제수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들어가지 않는다.

오로지 발효를 통해서만 약주 18%, 탁주 19%의 도수를 낸 술이다.

완전한 발효를 거쳐 안정화된 상태에서 출시되기 때문에,

상온보관시에도 3개월까지, 냉장보관에서는 더 좋은 술맛을 기대할 수 있다.

△ 각각의 병에는 숫자와 이상헌 대표의 싸인이 들어있다.

2 – 1/50 이라는 뜻은 2번째 단지에서 나온 탁주 50병 중 첫번째로 병입한 술이란 뜻이고,

2 – 8/20 은 2번째 단지 약주 20병 중에서 8번째로 병입한 술이라는 뜻이다.

△ 무광의 은은한 유리병 속에 든 술은 이가수불이라는 포장을 통해

병 뚜껑이 밀봉되어 있고, '우리술 협동조합'의 스티커가 붙여져있다.

종가집 종부이신 사모님이 정성스럽게 내어주신 술안주는,

말린 생강에 쌀가루를 입힌 한과와,

과메기포, 이씨네 종가집 고추장과 장아찌였다.

하나같이 너무나 깔끔한 맛,

다른 맛이라곤 전혀 첨가되지 않은,

재료의 맛이 그대로 전해지는 본연의 맛!!!

이상헌 대표님이 이가수불을 통해 세상에 내놓을

음(술과 초)과 식(장, 젓갈, 김치)이 너무나 기다려지는 순간이었다.

△ 뽀얗디 뽀얀 이상헌 탁주

알콜도수 19%가 무색하게 쓴 맛이 거의 없었다.

일반 막걸리와 달리 단맛과 탄산은 없으나,

산미와 입안에서 감도는 술의 질감이 풍성하고 부드럽다.

목이 타는데 타지 않는 기분.

향이 강한데 강하지 않은 기분.

분명히 걸쭉한 술인데 맑은 느낌.

△ 내 생애 처음으로 맛 본 과메기 안주,

오오~ 생각보다 맛나고 먹을만했다.현재 한참 연구중이시라는 막걸리 맥주도 시음할 수 있는 영광을 얻었다.

아까 초록색 병에 담겨있던 것이 바로 막걸리와 맥주의 결합!!!

두 가지 종류로 맛을 보았는데,

첫번째 맥주는 막걸리의 부드러운 맛이 강했고,

두번째 맥주는 톡 쏘는 목넘김이 특징인 맥주에 더 많이 닿아있었다.

그렇다고 두 술을 그저 섞은 것이 아닌,

두 술의 풍미를 한꺼번에 느끼게 해 주려는 이상헌 대표의 노력이 담겨있다.

계속된 연구를 거쳐 내년 여름 전에는 출시할 수 있지 않겠냐고 하시니,

내년 여름에는 꼭 이상헌 막걸리 맥주를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미 제대로 된 술은 천지신명이 만든 술이라 맛이 절로 난다.

자연을 거역하고, 욕심을 부려 그 맛을 못 만들어내는 인간들이

과학을 통해 첨가물을 넣어 맛을 낸다.

술하는 사람은 욕심은 버려야 한다.

충남의 땅이 다르고, 경북의 땅이 다르듯이,

미생물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술하는 사람이 될 수 없다.

미세한 미생물도 내 몸처럼 받아들여

컨트롤해야지만 진정한 술 '쟁이', 내 술을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술은 내 새끼고, 정성이다."

농업회사법인 이가수불

충남 아산시 도고면 기곡리 315-3 (041-543-2348)

이상헌 탁주 (15,000원)

알콜 19%

아산쌀 44%

국(밀누룩) 2%

정제수 54%

이상헌 약주 (25,000원)

알콜 18%

아산쌀 54%

국(밀누룩) 3%

정제수 43%

* 탁주는 48~50일 사이에 50~60병 정도 생산,

* 약주는 100일 사이에 40~50병 정도 생산.

드시고 싶은 분들은 미리 전화해서 예약해 두거나,

충정로 <물뛴다>에 미리 전화해 보시고,

술이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시는 것이 옳음.


우리 술을 발랄하게 즐길 수 있는 <충정로 물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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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식사 천안 하우촌의 매운 뼈해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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