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유럽여행, 집에 에어컨이 없었다. 그래서 떠났다.
2015년 가을 34일간의 유럽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때는 비행기 티켓을 저렴하게 구할 기회가 생겨서 떠났었지요.
S의 아는 동생이 항공사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직원 지인용 저렴한 티켓을 구해줄 수 있다는 말 한마디로 시작되었습니다.
34일간의 여행계획을 세우는 것은 만만치 않았어요.
기간도 기간이지만 유럽의 7개국 10개 도시를 다니는 것은 만만치 않은 여정이기 때문이죠.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비행기 티켓을 저렴하게 구하는 것이 여행의 시작점 입니다.
유럽은 왕복 비행시간이 대략 25시간 이상이 걸리는 긴 지역이기 때문이죠.
그렇게 먼 곳으로 여행을 가서 일주일 정도 머물다 오는 것은 왠지 모르게 아까운 기분이 들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여행의 시작점부터 틀어지는 일이 발생하고야 말았습니다.
지인을 통해 저렴하게 구하려던 티켓은 여행을 4일 정도 앞두고 이용 불가 통보를 받았어요.
부킹 시스템 변경으로 인한 원인과 풀부킹에 가까운 예약률로 인해 직원용 티켓을 구입할 수 없게 되었던 것입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요?
비행기 티켓을 제외한 모든 것을 준비해둔 상태에서, 비행기 티켓에 문제가 생기다니.
엎질러진 물이라고 했던가요?
되돌리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상태였습니다.
오로지 앞으로 가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은 없는 상태였습니다.
스카이스캐너 사이트에 접속해서 열심히 항공권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검색을 해 봤지만 경유 항공권 중 가장 저렴한 것이 110만 원 정도 였습니다.
악명높은 아에로플로트(AreoFloat)가 우리의 첫 유럽여행 비행기 티켓으로 낙점되었어요.
다행히 인천 > 모스크바, 모스크바 > 암스테르담, 로마 > 모스크바, 모스크바 > 인천 네 번의 비행 모두 괜찮았어요.
로마 > 모스크바 비행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의 엄청난 명품쇼핑 덕분에 기내용 캐리어를 넣는데 애를 먹었다는 것 외에는.
2018년 여름, S와 나는 다시 유럽여행 계획을 세우게 됐습니다.
이사를 하면서 사용중인 에어컨을 매매하고, 이사온 집에 새 에어컨을 설치하기로 했었는데, 내 고집으로 설치를 하지 않았었는데.
그런데 이번 여름은 더워도 너무 더운 여름이었고, 에어컨 없는 집에서 여름을 보내는 것은 무리였죠.
낮시간에는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 최대한 에어컨이 있는 공간에서 머물렀지만 그렇게 해서 될 일이 아니었어요.
2015년 가을 유럽여행 에서 경험한 상쾌한 날씨를 생각하며, 2018년 여름 유럽여행 항공권을 다시 예약했습니다.
유럽의 여름은 습도가 낮고 시원하다는 인터넷 검색 결과를 믿으며, 이번 여름의 무자비한 무더위도 유럽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 믿으면서 말이죠.
집에 에어컨이 없어서 떠난 유럽여행 비용이면 에어컨을 3번 설치하고도 남았을 텐데.
우리의 기대와 달리 이번 여름의 북반구 열돔현상은 유럽을 비켜가지 않았어요.
여행기간 내내 뉴스에서는, 연일 계속되는 북반부의 무더위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왔어요.
다시 유럽여행, 두번째는 조금 쉬울까?
2015년 유럽여행은 34일간, 2018년 유럽여행은 16일간.
절반으로 줄인 여행기간에는 이유가 있었어요.
2015년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많기도 했기에, 그래서 길게 한 번 다녀와보자 한 것이었어요.
2018년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아주 많지는 않았고, 특히 S에게 주어진 시간이 좀 짧았어요.
2015년에 34일간 유럽 7개국 10개 도시를 여행하면서 후반부에 급격히 체력이 떨어졌던 경험도 고려했어요.
시간과 경험을 종합하여 우리에게 적당한 여행기간은 대략 15일 정도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일단 항공권 예약이 먼저!
IN, OUT 도시를 결정한 후에 세부적인 여행국가를 결정하면 됩니다.
에어컨이 없어서 떠나는 유럽여행, 따라서 시원한 나라로 가고 싶었어요.
필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에 대한 정보를 1차적으로 수집했습니다.
항공권 비싸다. 물가 비싸다. 여행예산 부족하다.
여러가지 이유로 북유럽은 좀 더 여유가 생기면 다음 번에 가는 것으로 결정.
스위스는 알프스 만년설이 있으니 조금 시원하지 않을까?
오스트리아도 가고싶고, 지난번에 영국 안갔으니 영국도 포함시키자.
대략적인 동선이 결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영국 > 프랑스 > 스위스 > 오스트리아 로 동선을 정했어요.
항공권은 영국 런던 IN, 오스트리아 비엔나 OUT 으로 폭풍검색을 시작했습니다.
여행 출발일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항공권 검색을 했기 때문에 좋은 조건의 항공권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대한항공 직항으로 130만원 정도의 항공권을 발견하고 예약했어요.
직항의 편리함, 편안함. 대한항공 마일리지 적립.
적당한 공항 출발시간 등이 선택의 주요한 이유였죠.
그러던 중 S가 항공권 변경을 제안했습니다.
KLM 경유 항공권이 100만원 초반의 가격에 예약 가능하다는 것이죠.
꽤 특이한 경유 티켓이었습니다.
인천 > 암스테르담 (KLM – 대한항공 공동운항, 대한항공 기재)
암스테르담 > 런던 (KLM)
비엔나 > 파리 (KLM – 오스트리아항공 공동운항, 오스트리아항공 기재)
파리 > 인천 (KLM – 에어프랑스 공동운항, 에어프랑스 기재)
왕복하는 동안 4개 항공사의 비행기를 타게 되었습니다.
거기다 비엔나 > 파리 구간은 출발시간이 새벽이라 여러가지 걱정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 걱정은 이후에 현실화 되었지요.
다시 유럽여행, 도시간 이동은 철도로 결정!
2015년 유럽여행 도시간 이동수단은 다양했어요.
비행기, 기차, 버스. 그 중 버스의 비중이 가장 높았습니다.
기차의 경우 구간권을 각각 예약해서 이동했습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 벨기에 브뤼셀 > 프랑스 파리 구간은 유로라인 버스로 이동했습니다.
프랑스 파리 > 체코 프라하 구간은 이지젯 비행기로 이동했습니다.
체코 프라하 > 독일 뮌헨 구간은 구간은 기차와 버스로 이동했습니다.
독일 뮌헨 > 스위스 인터라켄 구간은 기차와 버스로 이동했습니다.
스위스 인터라켄 > 이탈리아 베니스, 피렌체, 로마 구간은 기차로 이동했습니다.
2018년 유럽여행 도시간 이동수단은 기차로 통일했어요.
유레일패스 플렉시 1등석 세이버 티켓을 구입해서 편하게 다니는 것으로 결정했죠.
1등석 세이버패스 구입을 유레일 대행사인 유랑에서 했고, Rail Planner 앱(안드로이드 APP, 아이폰 APP)으로 유로스타 예약, TGV 예약 등을 했습니다.
시간이 정해진 구간권이 아니어서 여행 일정을 유동적으로 조정하는데 문제가 없었어요.
숙박은 가성비를 최우선 가치로 두었습니다.
집에 에어컨이 없어서 떠나는 유럽여행인 만큼, 그래도 가급적 에어컨이 있는 숙소를 예약하기로 했어요.
S가 정해준 숙박예산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저렴한 숙소를 찾고 또 찾았습니다.
하지만, 물가 높은 스위스에서는 숙소 선택의 처참한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도시 내에서의 교통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은 미리 준비했습니다.
런던 히드로 공항에 늦은 시간에 도착하고, 입국심사도 빡세다고 하니 오이스터 교통권도 미리 준비했어요.
런던 > 파리 이동시 늦은 시간에 악명높은 파리 북역에 도착할 예정이므로, 티켓플러스 티켓도 미리 준비했고요.
소쿠리패스 에서 현지 구입 비용보다 약간 비싼 가격으로 구앱했는데, 공항과 기차역에서 시간을 줄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이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다시 유럽여행, 준비는 끝났다. 이제 출발!
여행 준비를 하는 동안 동네 스타벅스 구석자리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여행계획을 세웠습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터라, 한 낮의 스타벅스는 천국 같았어요.
2018년 유럽여행 여름편, 에어컨이 없어 떠난 우리의 유럽여행.
과연 스타벅스와 같은 천국의 시원함을 우리에게 안겨줄 것인가?
여행 준비는 모두 끝났다. 이제 떠날 일만 남았습니다.
2015년 유럽여행 출발시 보다 설레임이 더하지는 않았어요.
막상 떠날 시기가 되니, 조금은 덤덤하기도 했고요.
과연 우리가 이렇게 여행을 떠나는 것이 잘 한 짓인가? 는 여행기를 정리하면서 다시 생각해봐야겠습니다.